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이 책은 엄마가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와 함께 읽어보라고 주신 책이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기도 했고(초판 1997년), 시집을 연상케 하는 책 재목과 책 표지 때문에, 엄마가 추천해주지 않았더라면 읽어보지 않았을 것 같다.

시 적인 제목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작가 류시화가 10년 동안 인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체험한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책 속의 인도는 황당 그 자체. 20년 넘은 과거의 인도 이야기이긴 하지만 왠지 지금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건 그냥 내 생각인걸까..?
인도인들은 모두 수행자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가 만난 인도인들은 범상치가 않았다. 어떨 때는 단순 명쾌하게, 또 어떨 때는 뒷통수를 한 때 때리는 것 같이 강렬하게, 또 어떨 때는 불친절하게 깨달음을 준다.
p16 이미 지나간 일인데 그런 것 때문에 화를 낸다면 어리석은 일 아닌가요?
버스표를 사다 달라는 작가의 부탁을 받은 릭샤(바퀴 셋 달린 택시)꾼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작가가 화를 내자 릭샤꾼이 한 말.
p54 세가지 만트라
첫째,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둘째,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셋째,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작가가 만난 한 요가 수행자가 한 말.(만트라 : 신비한 힘을 가진 단어나 문장을 반복해서 외는 것.)

p79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내 잘못을 갖고 자신까지도 잘못된 감정에 휘말리는군요. 그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인도 학생과 음악회에 함께 갈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어기고 먼저 음악회에 가 있는 학생을 보고 작가가 화를 내자 그 학생이 한 말.
p201 어디로 가든지 너무 자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마시오. 한 장소에 앉아서도 많은 걸 볼 수 있으니까요.
작가에게 매일 어딜 가는지 물어보던 가게 주인이 한 말.

p225 눈은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사람을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는 작가의 질문에 한 인도 청년이 한 말.
p234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심각하게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바로 아무 것도 문제 삼지 않는 노 프라블럼의 자세다. 그때 넌 행복해질 것이다.
명상센터에서 일할 때 장난스럽고 수다스러운 부서 사람들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자, 동료 중 한 명인 인도 여성이 한 말.

책 속의 인도 수행자들을 만나는 동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어설픔과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며, 나 역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이 다 노 프라블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