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는 책 입문자에게 좋은 책이란 얘기를 듣고 <아무튼, 여름>과 <아무튼, 예능>을 예전에 읽었더랬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무튼, 술>..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한 글자가 있었다, 술.
재미있게 참 잘 읽었다. 작가가 글을 맛깔나게 쓴 이유도 있었겠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더 재밌게 읽었다.
내가 읽은 아무튼 시리즈 세 권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역시 <아무튼, 술>을 꼽겠다.
읽는 내내 술 생각이 났다.
전집 아주머니가 맛 보라며 주신 김치전에 먹는 막걸리,
작가의 미뢰 1만 개가 번쩍번쩍 깨어난 300만 원이 넘는다는 와인 '샤또 페트뤼스',
(페트뤼스치고 그리 좋은 빈티지가 아니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남자친구와 편의점에서 산 소주팩을 마시며 걷는 '걷술'
맞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작가도 책 후반부에 서술해 놓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여자 혼자 술을 마신다거나,
여자가 술을 좋아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나도 술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밝힌적은 드문 것 같다.
(애둘러 분위기를 좋아한다던지,
같이 마시는 사람들이 좋다던지 등등의 말들로 표현했더랬다.)
하지만 현재 나는 10대 20대 어린 나이도 아니고, 책까지 써낸 작가의 의지(?)에 힘입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렇다. 나도 술을 좋아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술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다.
같이 마시는 사람, 분위기, 술의 종류, 곁들이는 안주.. 그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이다.
p86 최고의 술친구와 함께 산다는 건 세상 모든 술이 다 들어 있는 술 창고를 집에 두고 사는 것과 같다. 언제든 원하는 때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그렇다. 나도 최고의 술친구와 함께 산다. (살았었다..라고 얘기하면 너무 슬픈 현실이지..)
지금은 간간히 zoom을 통해 만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집 거실은 술 마시는 공간의 역할은 잠정적 폐업 상태이므로..
그렇다. 정말 아쉬움 금할 길이 없다.
이 책에서 꼭 술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술 이야기에 빗대어 인생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다.
p61 아무런 힘이 없어 누군가의 귀에 가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툭 떨어지는 말일지라도, 때로는 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쉬운 말 밖에 없을지라도, 이런 쉬운 말이라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언젠가 닿기를, 언젠가 쉬워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망이 단단하게 박제된 말은 세상에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바닥에라도 굴러다니고 있으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주워 담아갈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언젠가 힘을 내야만 하니까. 살아가려면.
p90 삶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지만 하지 않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니까. 가지 않은 미래가 모여 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마음에 드니까.
p137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 줄이는 것도 괜찮다. 축소해도 괜찮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챔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릐까. 빚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p149 앞으로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p169 그저 술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
참 그리운 것 중 하나가 바로이 이것이다. 화상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마주보며 따라줄 수 있는 술 한잔이 참으로 아쉬운 요즘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긴하지만, 혼술을 즐겨하진 않는다.
작가가 나눈 집혼술과 밖혼술. 두가지 다 속하지 않는걸 보면..
밖혼술은 내 성격상 지금까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집혼술은 가끔 하지만 맥주 한 캔을 다 비우지 못하고 끝낼 때가 많다.
강술은 왜 먹는지 모르겠다.
(강술 : 안주 없이 마시는 술.)
p165 무엇보다 만취 상태로 곧바로 건너뛰기에는, 술동무와 함께 서서히 취기에 젖어드는 과정이 주는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때로는 이게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나의 최고의 술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오늘 컨디션 어때? 술 컨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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